REFILL
리필되요?
머리카락도 세시는 주님?


주님은 우리를, 나를 제일 잘 아신다고 말씀 하신다. 머리카락 숫자까지 세고 계시다고 말씀하신다. 그저 막연히 "당연하지. 주님은 우주와 모든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 이신데" 라고 생각하고 그리 깊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그저 주님께 기도할 때 "주님 저를 잘 아신다면서요, 제가 이런 상황이고 이렇습니다. 도와주세요" 이렇게 기도드리며 나를 잘 아는 주님에 대해서 주님께 말씀 드리는 정도일 것이다. 주님을 나를 잘 안다고 믿는 것이 당연해서 뭔가 피부로 와 닿는 그런 깨달음은 없었다.

나와 아내는 아기를 위해 수차례의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을 했다. 한 번은 자연 임신이 됐다. 너무 기뻐서 병원에 검사하러 다니면서 초음파도보고 심장이 뛰는 것도 관찰하고 소리도 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번 병원에 갔을 때 초음파실에서 아내가 울먹이며 나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기 심장이 안뛴데" 그 말을 들었을때 가슴이 다 내려 앉았다. 청천벽력이라는 소리가 무슨소린가 했더니 살면서 그런 감정을 느껴보는 날이 온것이다. 이게 무슨소린가. 심장이 뛰는것을 내 눈으로 봤고 빠르게 콩닥거리는 심장소리도 불과 1주 전에 직접 들었는데. 우리 둘은 매우 충격을 받았고, 몸을 추스르고 다시 시도 하기로 했다.

병원을 다른곳으로 옮겼고 몸을 준비하는 과정에 자궁에 작은 근종 같은것도 제거하고, 가슴에 생긴 작은 혹이라고 해야하는지 아니면 뭔가 뭉쳤다고 해야하는지... 그런것도 제거하면서 몇 개월을 다시 준비했다. 그리고는 인공수정을 다시 했고, 착상이 잘 되었고 아내의 호르몬 수치도 남들처럼 빠르게 올라가지는 않지만, 정상 범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초음파를 봤는데 심장은 뛰고 있는데 소리는 안들린다는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심장소리는 아직 안들릴 수도 있으니 다음번에 가면 들릴 수 있을거라고 하고, 기계가 어떻게 배 속에 있는 아기의 움직임을 모두 세세히 잡아 내겠냐고 하면서 기계보다 정확하신 하나님이 아기를 지켜주실 것이라고 위안을 했다. 그리고는 기도를 하고, 아기의 세포분열에 도움이 되는 엽산등을 많이 섭취할 수 있는 음식도 먹고, 몸도 계속 따듯하게 유지하며 배 속에서 자랄 아기에게 최선의 환경을 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들은 그저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일뿐. 자궁 안에서 내가 직접 아기를 어떻게 해줄수도 없으며, 아기가 세포분열을 하도록 아기의 세포 안에 들어가 내가 막 일을 할 수도 없는 것이다. DNA 복제가 잘 되도록 내가 세포와 혈액속으로 들어가 일을 할 수도 없다. 사실상 나와 내 아내가 아기의 성장, 아니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저 스트레스 덜받고 잘 먹으며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 정도 일 뿐.

나와 내 아내는 배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손톱만한 아기에게 실질적으로 힘이 되어 줄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기는 생명 보존, 또는 생명체를 완성시키기위해 오직 스스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것인가? 창조주이신 하나님밖에는 그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없다. 


주님은 어떻게 나를 잘 아시는가? 내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나를 생각하셨고 사랑하셨고 도우셨다 하시는가? 손톱만하지도 않는 크기에서부터 내가 생겨나서 엄마배 속에서 세상으로 나올 때까지 오직 주님만 도우실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과 사망은 주님이 주관하시기 때문에 주님은 모든 생명이 생기는 것에 관여 하고 계신다. 나무, 풀, 꽃, 동물, 별, 하물며 사람이 생기는 과정에 주님이 관여 안하실리가 없다. 주님은 매일 매일 엄마들의 배 속을 보시며 새로운 생명들의 변화를 관찰하시고 돕고 계신다. "아 오늘은 얘가 머리카락이 올라왔구나, 심장을 만들었구나, 발가락을 만들었구나..." 이렇게 하나 하나 관찰하시며 모든 생명을 돕고 계신다.

배 속에서 사투를 버리고 있는 아가에게 그 어떤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드는 생각이 이 세상에 지금 걸어다니고 있는 모든 사람들, 부자든 아니든, 못됐든 착하든지 모두 이런 생명 탄생의 과정을 거쳐 주님의 은혜로 세상에 나온 사람들이 아닌가. 모두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 그 어려운 생명의 사투를 모두 겪고 이기고 세상으로 나온 사람들 아닌가. 그간 내가 사람들에 대해 미운 마음, 업신여기는 마음, 존중하지 않는 마음들을 가진 것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된다. 생명의 주관자이신 주님의 은총으로 그 어려운 생명의 길을 이기고 세상에 나온 존재들에 대해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할 자격은 없다. 그들이 주님을 알건 모르건 주님께 사랑을 받아 태어났다. 현재 그들은 주님을 모른다 할지라도 아직도 주님께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내가 업신여기거나 미워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

결국 그 심장은 뛰지만 심장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아기는 또 다시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아내에게나 나에게나 큰 슬픔이었고, 특히 나 보다는 아내가 겪은 육체적 정신적 힘듦.... 그것 역시도 내가 어떻게 해 줄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남편으로서 위로의 말을 해주고 기분 좋게 해주고 해도, 결국 최종적으로는 아내가 스스로 그것들과 맞닥드려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런 것이다. 결국은 우리는 모두 그 끝에서는 "단독자"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주님의 자녀들은 이 "단독자"의 상황에서 주님이 옆에, 앞에, 또는 뒤에서 계셔서 때로는 대화상대가 되어 주시고, 때로는 함께 걸어주시고, 때로는 밀어주신다. 주님의 자녀들 이런 주님의 도움으로 힘을 얻으며 잠시 거쳐가는 이 세상을 살아내는게 아닌가 싶다.